이기석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
우리는 2000년 역사에서 줄곧 사용해온 고유한 '동해 (East Sea)'의 명칭이 세계지도상에서 ‘일본해 (Sea of Japan)' 로 바뀌어 표기되어온 사실을 광복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세계지도상에 '일본해' 단독표기는 일제 식민 잔재 가운데 아직 것 척결되지 않은 유일한 것 중에 하나로 생각된다. 그간 정부와 민간단체 그리고 학계는 국제사회에서 고유한 우리의 동해지리명칭을 되찾기 위한 다각적인 운동을 전개하여왔다. 이 글은 동해명칭 되찾기 운동의 배경과 그간의 경과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과제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동해명칭 찾기 운동
동해명칭의 되찾기 운동의 시작은 1960년대 후반부터 구미 각 국에 유학중인 학생과 특파원들에 의해 서양고지도 상에 ‘Sea of Korea, Gulf of Korea, Oriental Sea, 혹은 Corean Sea' 라고 표기된 사실을 근거로 문제가 제기되고 국내 일간지에 기사화 되면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국내에서도 고지도상에 조선해, 대한해, 동양해 등 다양한 표기가 되었다는 자료가 발굴되면서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었으나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경제발전 제일주의에 밀려 정부차원 관심의 대상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본격적으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동해 명칭 되찾기 운동을 펴기 시작한 것은 우리 정부가 유엔에 가입한 1991년 이후의 일이다. 1992년에 처음으로 정부가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 공식적으로 잘못 표준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표기를 시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국제적으로 바다 명칭을 포함하여 일반 지리명칭에 대한 표준화의 문제를 다루는 기구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7개 전문가 기구 중에 하나로 유엔지명표준화회의(The United States Conferences on the Standardization of Geographical Names: UNCSGN은 1965. 7. 15 설치)와 유엔지명전문가회의(The United States Groups of Experts on Geographical Names: UNGEGN은 1968. 5. 31 설치)가 1959년, 1968년 ECOSOC 결의안에 따라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후 정부는 금년 4월 뉴욕에서 개최된 제22차 유엔지명전문가회의까지 여러 차례 잘못된 표기의 시정을 요구하여 왔다. 그리고 특히, 바다명칭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로는 1921년 만들어진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ic Orgarnization: IHO)가 있다. 이 기구는 설립이후 바다이름의 국제표준화를 위해 1929년 ‘해양과 바다의 한계 (Limits of Oceans and Seas)’ 라는 책자를 발간하면서 국제적으로 처음 동해 명칭을 “일본해(Japan Sea)”로 결정한바 있다. 즉 식민지하에서 우리 대표단이 참가하지 못한 회의에서 동해 명칭이 “일본해”로 국제적 표준화가 된 이후 아직껏 시정되지 않은 채 쓰이고 있다.
그간 해양수산부에서는 1994년이래 국제수로사무국(IHB)에 ‘일본해’ 표기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바 있으며, 아울러 IHO회원국에도 동해표기를 사용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1997년 모나코에서 개최된 제15차 IHO본회의에서는 공식적으로 시정을 요청하였으며 2002년 제16차 IHO회의에서도 새로 발간 예정인 책자에서 시정하여 줄 것을 거듭 요청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으로 2002년 8월 IHO가 ‘해양과 바다의 한계’ 4판 개정안에서는 해당 바다지역과 명칭에 대하여 관련국간에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지지도를 삽입하여 회원국에게 배포한바 있다. 이는 IHO가 그간 ‘일본해’ 단독 표준화의 잘 못이 있었음을 처음 인정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9월 일본의 항의 받아들여 IHO는 개정안 회람과 이 안에 대한 회원국 찬반 투표를 연기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동해명칭 되찾기 운동을 위한 학계활동은 1994년 11월 외무부 산하에 설립된 사단법인 동해연구회(회장 김진현)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전개되었다. 동해연구회는 1994년이래 국내학술대회와 국제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왔다. 1995년이래 동해 지명에 대한 국제 학술 세미나에는 유엔지명전문가를 비롯하여 IHO 관계자, 그리고 국제적인 지명학자를 초청하여 바다명칭에 대한 일반론으로부터 문제지역의 표기 역사, 그리고 동해와 일본해의 기원에 대하여 집중적인 논문 발표를 하여 왔다. 그간 모두 9회에 걸친 국제회의를 통하여 15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2000년 8월에는 서울에서 개최된 제29차 세계지리학대회(The 29th International Geographical Conference: IGC)에서는 동해명칭에 대한 특별 분과를 설치하여 제6회 동해명칭에 대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2002년에는 러시아과학원과 공동으로 Vladivostok에서 2003년에는 중국 복단대학과 공동으로 상해에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였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바다의 명칭과 관련된 학술회의로는 이 세미나가 유일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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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의 변화
그간의 우리 노력에 부응하여 국제사회에서도 동해표기의 정당성을 수용하기 시작하여 상당 부분의 세계적인 지도제작사와 주요 지리책, 연감들이 동해표기를 수용하거나 병기하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 지도제작회사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Rand McNally 지도회사의 1997년 발간된 지도(Rand McNally and Company, 28-31)는 SEA OF JAPAN(EAST SEA)으로 표기하였다. 비슷한 표기로는 WWW.ENCARTA.COM-MICROSOFT, 2000에 실린 The Most Comprehensive World Atlas Ever Created에는 Sea of Japan (East Sea)로 표기하고 있다. Canada 회사인 Warwick Publishing Inc.는 1997년 The Cartographic Satellite Atlas of The World에서 TONG-HAE/NIPPON-KAI (SEA OF JAPAN)로 각 국가에서 표준화하여 표기하는 것에 따라 generic term으로 표기하여 국제 표준화를 기하고 있다. 1998년판 Britanica CD-ROM에는 한국 중심지도에 ‘EAST SEA(SEA OF JAPAN)'로, 일본 중심지도에는 ‘SEA OF JAPAN(EAST SEA)'으로 표기하였다.
그러나 동해(East Sea) 중심의 표기를 시작한 지도도 최근에 급격히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된 H. J. de Blij and Peter O. Muller, 2000, Geography: Realms, Regions, and Concepts (John Wiley & Sons Inc.) 책 속에 한국과 일본 관련 모든 지도에서 East Sea(Sea of Japan)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2001부터 National Geographic Society(NGS)에서 발간하는 모든 지도에 한국 중심지도에는 East Sea(Sea of Japan)으로, 세계지도에는 Sea of Japan(East Sea)으로 그 표기 방법을 바꾸었다.
그밖에 한국알리기사업의 일환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교과서 상에도 우리의 요구가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미국 3대 교과서 출판업체 가운데 하나인 하코트(Harcourt)가 새로 펴낸 중학교 교과서에 한국 관련 역사부분 지도에 동해를 `East Sea'라고 표기하고 괄호 속에 `Sea of Japan'이라고 병기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했다.
이상의 사례는 세계지도 변화의 그 일부분으로서 동해명칭 표기는 이제 점진적인 전환기에 왔다고 볼 수 있다. 세계지도상에서 동해표기의 표준화는 국제기구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우리의 정당성을 홍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앞으로 과제
최근 일본은 유엔과 IHO회의를 비롯하여 해양명칭과 관련되는 회의 때마다 ‘일본해’의 단독표기를 주장하고 나올 뿐만 아니라 그간 관련 국제기구에서 명칭의 표준화와 관련된 결의된 사항까지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간 우리의 노력으로 국제사회에서 시정된 동해표기까지 ‘일본해’로 되돌려놓으려고 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해도에서 병기되었던 것을 ‘일본해’로 바꾸어 놓는가 하면, 독일에서 이미 병기된 세계지도책의 전시를 못하게 업자에게 압력으로 넣는 일, 그리고 일본 외교관이 동해관련 국제세미나에 참가한 지명학자나 주최 측을 찾아가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정당하지 못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는 물론 2004년 유엔지명전문가회의에서도 모두 관련 당사국간에 합의 해결을 촉구하였으며 이 바다 명칭의 표준화는 모두가 동의해야한다는 원칙을 천명한바 있다. 그리고 유엔은 관련 당사국간에 합의 사항을 2007년 유엔회의에 보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로 보아 IHO의 새로운 결정과 최근 논의가 시작된 한일간의 협의를 통하여 이 문제 해결의 방향이 결정되리라 생각된다.
이같이 동해명칭의 국제적 표준화에는 많은 장애 요소들이 가로 막고 있다. 우리의 목적을 당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사회에서 ‘일본해’ 단독표기의 부당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홍보하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유엔이나 IHO에서 외교적 활동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지도 제작자와 언론기관 그리고 관련 학자들에게 정확한 홍보자료를 전달하여 부당성을 알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동해국제세미나를 더욱 활성화 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련 홍보책자는 물론 영문판 한국지도책 (Atlas of Korea)를 제작하여 전세계에 배포하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일본이 독도의 지명을 ‘다게시마’로 병기하거나 바꾸는 일을 꾸미고 있다니 이 한국지도책의 제작 배포는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우리의 동해명칭 국제적 표준화 노력은 일제하에 있었던 1929년 IHO에서 결정된 식민지 잔재를 제거하여 독립국가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데 있다. 14세기이후 수세기에 걸친 덴마크 식민지에서 1944년 독립한 아이슬랜드가 최근 그린랜드 사이에 식민지시기에 명명한 “덴마크해협 (Denmark Strait)” 명칭을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본다. 유엔 결의에 의하면 “국내에서 표준화된 지명을 국제표준화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기본 원칙이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나라에 적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동해의 지리명칭은 지난 2000년 동안 국내에서 사용되어온 표준화된 명칭이다. 우리는 이 유엔 결의에 준하여 전 세계가 동해명칭을 표준화된 지명으로 사용하도록 홍보 노력을 배가해야겠다.
출처: http://www.ikorea.ac.kr/webzine/0408/inc/column.asp